Vol.193_CALLLMECHI
CALLLMECHI
Interviewed by Ryu S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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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반갑습니다. MAPS 구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유한 시각과 감성을 담은 작업으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매우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콜미치(CALLLMECHI)라는 이름으로 3D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성치영입니다. 작업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3D 아트, 이 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살아오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 길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머릿속에 복잡한 상상을 품고 살아가는 독특한 아이였어요. 바닥에 엎드려 상상의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건축가나 도시 계획자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 후엔 미디어와 팝 아트, 그리고 알렉산더 맥퀸 같은 디자이너들에게 매료되어 패션 전공에 진학했지만, 당시 일반적인 커리어 루트에 대한 답답함과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당시 진행 중이던 인턴십을 과감히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하면서 3D 아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시작했던 3D 아트가 자유로운 표현의 기회를 열어주었고, 저는 점차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저는 언제든 그 시기에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선택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선택의 이유를 잊더라도 답답함 속에 머무르기보다, 설령 휘청거리더라도 제게 자극이 되고 흥미로운 길을 따라갈 것 같습니다.
예술적인 작업은 때로 고단하고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계속 걸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는 작업들이 예술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거창한 교육을 받거나 정말 오랜 기간 작업해 온 것도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신기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가 이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자극점들인 것 같습니다.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낯부끄럽게 느껴지면서도 동기를 주기도 하고, 작업 중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멈춰서 몇 분씩 렌더를 멈춰 두고 바라보는 순간의 짜릿함이 저를 움직이게 합니다.
‘1-2초의 작업물도 자식 같다’라고 하신걸 봤습니다. 매 순간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작업에 임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이 부분은 저뿐만 아니라 업계의 많은 분이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사람이기에 매 순간 뜨거운 열정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돌아보면 결국 작업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줬습니다. 특히, 1~2초의 작업이라면 주로 뮤직비디오에서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장면일 텐데요. 이러한 작업은 기획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강하게 드러낼 기회가 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짧은 미디어에서 확실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많은 연구와 디자인, 그리고 노력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설명이나 말로 기획자를 설득하기보다는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작업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작업들은 애지중지하는 자식 같은 작품이 되곤 합니다. 물론, 작업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어렵거나 마찰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을 잘 조율하고 각자의 색을 조화롭게 녹여내다 보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든 작업들이 다 자식 같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작품에 담긴 특별한 사연이나, 공을 들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자면, 역시 에스파(aespa)의 아마겟돈(Arma geddon)일 것 같습니다. 올해 작업 중 가장 도파민이 많이 분출된 작업이었는데요. 작업 과정에서 심경의 업 앤 다운도 있었지만, 제가 공들인 작업이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주목받은 것 같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3월 말부터 5월 27일 릴리즈까지, 다양한 컷의 아트워크를 촬영 전부터 디자인하며 기획을 구체화했습니다. 감독님과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디테일 하나하나를 조율했고, 팀원들과 쪽잠을 번갈아 자며 서로 알람 역할을 해가며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일부 컷은 컴포지팅까지 직접 마무리했기에 이번 작업에는 특히 애정이 갑니다. 릴리즈 당일까지도 부랴부랴 컷을 전달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고된 과정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마주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업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글을 읽으며 행복했고, 감독님께서 한참 뒤에 “네가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뿌듯하다”고 말씀하셨던 순간이 특히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 색다른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상업 영상에서도 저의 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업과 일상이 뒤섞이는 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어떤 것들’ 또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요, 사소해 보이지만 작업에 영감을 주는 그런 습관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는 작업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다고 느낍니다. 사실 영감이라는 게 어디서 오는지 명확히 알기도 어렵고, 꼭 특정한 순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이나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마음에 남아 언젠가 작업에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콘텐츠를 보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충격을 받거나, 어떤 감정이 스며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들은 저도 모르게 기억 속에 자리 잡습니다. 바다를 걸으며 조개껍질을 주워서 보다가, 그 순간과 얽힌 기억이나 분위기를 떠올리는 일도 그렇습니다. 음악도 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 좋아하는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다가 결국 그 음악을 들으며 잠이 드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런 것들이 작업으로 이어진다기보다는, 그냥 제 안에 스며들어 있다가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을 억지로 설명하거나 정의하지 않고,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업의 긴장감을 풀어내기 위해 새로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신다고 했죠. 최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그 안에서 느낀 특별한 감정이나 변화는 무엇이었을까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발리에서 새벽 6시,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어진 명상 시간이었습니다. 명상이 끝난 후,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소감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고, 그곳에서 저는 두 장의 타로 카드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Beginnings, 다른 하나는 Create였는데, 두 카드 모두 제게 꼭 맞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Beginnings 카드는 새로운 시작과 영감을 이야기하며, 설렘과 가능성을 소중히 여기라는 조언을 담고 있었습니다. 작업 압박 속에서 이 메시지는 큰 위로와 확신을 주었죠. Create는 창의성과 표현의 에너지를 상기시키며, 감정과 에너지를 창의적으로 채널링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창조가 제 삶의 중요한 키워드인 만큼, 이 카드가 저를 향해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명상 중 해가 떠오르고 바람과 따뜻한 공기를 느끼며 하늘이 변하는 색감에 넋을 잃었던 순간은 평화롭고 황홀했습니다. 명상이 끝난 후 모두가 함께 누워 짧은 잠을 청했던 그 시간조차 잊을 수 없을 만큼 충만했어요.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부족한 언어 속에서도 경험을 공유하며 교감했던 점이 더 특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긍정적인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죠. 타로 카드의 메시지와 명상의 경험이 하나로 엮이며, 창조의 과정이 결과뿐 아니라 그 여정을 즐기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끝, 그 ‘완벽함’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걸까요? 작업의 끝맺음을 정하는 작가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완벽함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완벽하지 않듯, 세상도 그렇고, 이미 세상에는 그저 무수히 많은 것들이 존재하죠. 완벽이라는 개념은 때로 존재를 훼손하거나, 발전을 잔인하게 가속화시키는 단어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과욕을 멀리하는 것이 제정신에 더 이롭다고 믿습니다. 작업의 끝을 정하는 데 있어 저의 기준은 특별한 공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완벽함이 아니라, 그 작업이 하나의 여정을 통해 무언가를 담아내거나, 제가 한 걸음 더 걸어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항상 작은 후회와 함께 끝나기 마련이지만, 그 후회를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작업의 끝은 결국 스스로와의 대화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더 이상 그 작업에 붙잡히지 않고, 다음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가 바로 그 끝입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완벽하지 않아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일 때, 타인의 평가나 기준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것을 선보일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저는 자유롭고 제멋대로였어요. 꿈도 수없이 바뀌었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았죠.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점점 더 표현을 덜 하고, 때때로 회피하는 소극적인 모습이 되어, 본래의 제 모습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제 자신을 되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과감한 선택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그런 선택들이 제 삶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점에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타인의 평가나 기준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때로는 그 두려움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들 속에서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제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일 때의 용기는 아마도 이러한 과정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 두려움과 함께하되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제게 원동력을 주고 있습니다. 그 믿음이 계속해서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3D 아트의 무한한 가능성 중, 작가님이 가장 매력을 느끼고 집중하는 장르나 감성은 무엇인가요?
제가 3D 아트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것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분위기입니다. 이는 제가 즐겨 듣는 싸이키델릭한 전자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Tame Impala, Crystal Castles, Grimes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구슬픈 감정과 강렬한 몰입감은 제 작업의 비주얼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이 시각적인 요소와 결합될 때 더욱 강렬하고 매력적인 경험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비슷한 영감을 받는데, 특히 가스파 노에의 작품에서 3D를 활용한 장면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빛과 색채, 감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몰입감은 제 작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감정과 시각적 요소가 어우러진 3D 아트를 통해 깊은 몰입감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3D 아트와 예술적 비전을 꿈꾸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얼마나 적합할지 잘 모르겠지만, 느낀 점을 나눠보자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변화 속에서 고민하고 망설였던 시간이 많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주는 설렘과 재미였어요. 자신이 내린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며 도전의 과정을 즐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어떤 분야든 비전을 담은 아트를 탐험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여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의 도입에 선 지금, 가장 설레는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2025년이 시작된 지금, 정말 설레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일정은 3월에 오픈되는 제 콜로소 강의예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작업 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작업이라 더 의미가 크고,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래요. 그리고 KATIKØ에서 처음 맡은 VFX 슈퍼바이징 뮤직비디오 작업도 정말 기대돼요. 제니의 수록곡 중 한 곡의 뮤직비디오 작업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지만, 이제 막바지 작업 중이에요.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책임감이 커지고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마무리 지을 때쯤 정말 큰 뿌듯함을 느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정말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5월에 진행될 SUPERPOP 2025 KOREA 페스티벌에서 비주얼 쇼를 맡게 된 일이에요.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번째 페스티벌 공연이라 더 특별하고 의미가 크죠.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멋진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예정이라 더욱 설레고 기대가 돼요. 정말 기대되는 만큼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이 모든 작업을 마친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명상도 하러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바쁘게 지냈지만, 이런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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